사고의 외주화(outsourcing of thinking)라는 건, 원래 인간이 스스로 해야 하는 판단·기억·추론 같은 인지 과정을 점점 외부 도구(예: 스마트폰, 검색엔진, AI, 자동화 시스템 등)에 맡겨버리는 현상을 말한다.
이 문제를 철학적·교육적 관점에서 고민해보자.
1. 기억과 판단의 외부화
플라톤이 이미 『파이드로스』에서 글쓰기(writing)를 비판하며 “기억이 외부에 의존하면 인간은 스스로 기억하지 않게 된다”고 경고했었다. 지금의 스마트폰·검색엔진 의존도 비슷하다. 인간의 뇌는 훈련을 통해 강화되는데, 도구가 대신해버리면 “기억하고 숙고하는 훈련”이 약화될 것이다.
2. 도구적 이성과 사고의 기계화
호르크하이머와 아도르노가 말했듯이, 이성이 도구화되면 인간의 사고는 가치와 의미를 탐구하는 힘을 잃고 “문제를 빨리 해결하는 계산 기계”처럼 변할 것이다. 사고의 외주화가 심해질수록 우리는 “사유하는 인간”이 아니라 “지시를 내리고 결과만 받아보는 사용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것이 인류의 미래를 위해 안전해 보이지 않는다.
3. 확장된 마음(extended mind) vs. 축소된 마음
앤디 클라크(Andy Clark)와 데이비드 차머스(David Chalmers)의 “확장된 마음(extended mind)” 이론은, 외부 도구를 쓰는 게 꼭 나쁜 건 아니라고 보았다. 우리가 다르는 다양한 도구들은 가령 노트, 계산기, 지도, 심지어 스마트폰까지 우리의 인지 구조를 확장하는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다. 하지만 차이는 ‘의존의 정도와 방식’에 있다. 확장이 아니라 대체(substitution)로만 작동하면, 우리는 스스로의 사고 능력을 훈련할 기회를 잃어버리고 결국 축소된 마음을 갖게 될 것이다.
4. 교육적 함의
교육은 아이들에게 도구 사용법만 가르치는 게 아니라, 도구가 해주지 않는 영역의 사고를 길러줘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검색은 쉽게 할 수 있어도, 검색 결과의 신뢰성을 평가하고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내는 비판적·창조적 사고는 외주화할 수 없기때문이다.
즉, 사고의 외주화 시대일수록 “판단, 성찰, 의미 찾기” 같은 도구가 대체하지 못하는 영역이 교육의 핵심 과제가 되는 것에 대해서 고민해 보아야 한다.
사고의 외주화는 불가피한 현대의 흐름이 될 것 같다.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균형 잡고 활용하는지를 고민해야 할 때이다. 도구가 우리를 대신 생각하게 두면 “사유 능력의 위축”을 낳겠지만, 도구를 비판적으로 수용하면 오히려 사고의 지평을 확장할 수도 있을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