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잡담/자유칼럼

암기와 주입식 교육에 대하여

카리스χάρης 2016. 1. 17. 02:07




지금은 작고하신 김안중 교수님의 수업을 들으면서 신선한 깨달음을 얻은 기억이 있어 잠깐 적고 싶다. 

내 지식이 짧아 그때 언급된 학자의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데 요약하자면, 주입식 교육이 있는 것이 아니라 주입식 학습이 있다. 였다. 즉, 교사가 주입식, 암기식으로 가르쳐도 지식을 구성하여 자신의 사고를 발전시키는 학생이 있고, 교사가 구성주의 교육이론에 기반하여 잘 설계된 교수학습 전략을 사용하더라도 주입식으로 배우는 학생이 있다. 였다. 

자율학습자의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강조하는 말이다. 

훌륭한 사람은 한갓 미물로부터도 배움을 얻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보석이 박힌 돌을 가져다 줘도 제 노력은 안하고 남 탓만 한다. 



'암기식 주입식 교육은 척결해야 할 나쁜 교수 방법이다.' 라는 담론은 우리에게 익숙하다. 

학생을 하나의 주체적인 인간, 인격체로 보지 않고 무언가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시킨다는 이유때문이다. 

어쩌면 이런 담론이 우리에게 주입되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암기식, 주입식 교육은 학생들이 스스로 사고하고 생각을 키워갈 기회를 주지 않는 방법으로 간주된다. 

정말 그럴까? 



학생을 백지 상태로 가정하면 그렇다. 

교사가 설계하고 기획된대로 생각할것이라고 가정하면 그럴지도 모른다.

그런데 ...

학생에게 시간을 주면... 아이들이 여유가 있다면... 

주입식으로 배웠어도 스스로 생각하고 배웠던 내용을 반성할 시간을 갖는다. 

교육은 아무리 잘 장식되어도 교사 주도적이며, 거시적으로보면 교사주도적 수업은 다 주입식이다.

용어 자체가 교육 아닌가?

교육후... 스스로 학습할 시간, 생각할 시간을 주어야 하는데...

우리는 아이들에게 시간을 안준다. 

놀까봐... 

혹은 시간을 허투로 쓸까봐...

학생에게 시간적 여유는 주지 않으면서 자꾸 이런저런 교육을 시키려고 한다. 

그러고는 이런 교육은 주입식 교육과 다르다고 하며 또 시킨다. 

근데 결국은 다 주입식이다. 

교사가 설계하고 제공한 것을 학생들이 받아가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으로 어떻게 보면 모든 교육은 주입식 교육이 아니다. ㅋㅋ 다른 이름으로 충분히 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좀 허망한 말장난이라면 용서해 달라... ^^ 소위 주입식 교육이라고 불리는 교육의 실체가 사실은 굉장히 모호하다.)


지금까지는 어른의 잘못이라는 관점으로 적어보았다. 

이번에는 학습자의 잘못이라는 관점으로 말해보고 싶다. 



인류는 꽤 오랜 동안 암기에 의한 학습을 해왔다. 심지어 로욜라의 경우 암송을 학습의 조건으로 언급했다.

영화를 보면 문학 작품이나 코란, 성경등의 성서를 암송하고 음미하는 모습도 찾아볼 수 있다. 

특정 전문직을 준비하기 위해서 여전히 암기능력이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으며, 

암기를 잘 하는 사람들이 기계처럼 단어들을 무의미하게 각인시키지 않는다는 것도 우리의 상식이다. 

암기는 대부분 의미기억이다. 암기된 지식의 대부분은 우리의 스토리 및 의미의 구성 능력을 거친다. 

암기는 완벽한 학습의 방법은 아닐 수 있지만 전적으로 배제되어야 할 것도 아니라고 말해보고 싶다. 

그런데도 의미가 잘 안와닿는다는 이유로 귀찮다는 이유로 암기를 부정하는 시선이 있다. 

어떻게 처음부터 마술처럼 딱 알수 있는가?

어떤 지식들은 한번에 의미가 와 닿지 않지만 외워보고 또 새겨보고 새겨보면서 노력을 많이 해야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누군가가 나의 지성에 마술을 부릴 수는 없는것이다. 

때로 일부 학습자들은 굉장히 게으른것 같다. 



무지막지(無知莫知)라는 말이 있다. 

무지는 지식이 없음을 의미하고 막지는 알려고 하지 않는 태도를 의미한다. 

막지 상태의 사람은 아무리 잘 설계된 교수학습 전략을 사용하더라도 가르칠 수 없다. 

제대로된 교재나 교사가 없어도 무언가를 배우려는 사람은, 모방해보고 외워서라도 배운다. 

맹목적으로 외우고 모방한듯 하지만 그 지식을 사용하고 음미하면서 답답한 시간을 꽤 거쳐야 나중에 비로소 의미를 깨닫는 경우도 있다. 



내가 학습자라면, 주입식 교육을 탓하기에 앞서 내가 혹시 주입식 학습 태도를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물어볼 필요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