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잡담

또 쳐진다

카리스χάρης 2024. 3. 22. 00:17

또 다시 쳐지고 있다. 
가끔 생기는 증상인데
엄살을 부릴라치면, 
그때마다 항상 주변 친구들, 가족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다. 
 
나는 대부분 밝은 편이다.
특별히 밝게 산다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친구들이나 가족들은
'어떻게 너는 한결같이 기분이 좋니? 에너지가 넘치니?' 한다. 
 
에너지가 있다가 확 가라 앉는 순간이 물론 있다.
그때는 잠을 자기 때문에 잘 티가 안나는 듯 하다.

잠을 많이 자게 되면,
정작 나는 에너지 부족을 느끼는데, 
사람들이 나를 그렇게 봐주니, 그런가보다 하고 산다. 
 
기분이 쳐지거나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들면,
잠 말고도 내가 하는 일들이 있다.
내 마음이나 내면을 살피며 무슨일이 일어 나고 있나? 학인해 본다.
생각에 잘 진척이 없으면, 그 생각에 집착하지 않고 할 거리를 찾아본다.
운동을 해볼까? 걸어 볼까? 뭘 먹어볼까? 걸어볼까? 수다를 떨어볼까? 영화를 볼까? 하면서 
뭔가를 하지만
그 행동의 목적은 마음을 살피는 것이기 때문에,
그 행동을 지나치게 하지 않는다.
그 행동에 집착하는 결과를 낳으면, 본질적인 문제로부터 회피하게 될테니까...
그렇게
내 마음을 기웃기웃 하고 있을때 


대부분
내 주변에도 비슷한 느낌을 겪는 친구들이 있다.
그럼 같이 해결한다.
친구들을 위로해주고 이야기 들어주다보면
나도 위로가 되고, 
내가 겪는 감정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고
감사하게 되고... 
그런다. 
 
요즘 내가
쳐지는 원인은 하고 있는 일에 진척이 없어서이고
진척을 위해 집중하고 싶은데
몸의 피로가 나를 지배하기 때문이고
건강하게 만든 피로감이 아니라 
뭔가 악순환인것 같고
 그렇다.
그대로이다. 
정체된 느낌.
다른 감사할 거리를 찾아야 한다.

너무 놀아도 안된다.... 
균형이 깨지면 안된다.
 
 나를 너무 챙기며 살고 있다.
내려 놓기 연습을 더 해야 한다. 
 

해야 할 일은 많다.
튕겨내고 튕겨내고 최소한으로 하자.
잡은 것에 집중하는 연습을 하자.
 
나의 충동성은 긍정적 통찰을 가져다 주고 창의적 발견도 가능하게 해주고 집중력도 높여준다. 
그러나... 충동에 이끌려 살면 안된다. 
삶의 모든 부분을 즐기려 할 수는 없어. 
조금씩 즐기도록 해... 
세상을 사랑하며 
세상을 사랑하고 있는 나를 사랑하도록 해... 
 
내 못나거나 부족한 모습을 발견하면 빨리 인정해.. 
그리고 내 장점과 그 못난 모습과의 관계를 생각해봐. 
고칠지... 버릴지... 는 
내가 지향하는 세계관이 말해 줄거야. 
꾸준히 세상을 탐구하고 관찰하고 
겸허하게 걸어가자. 
 
향기는 향기대로 맡고... 악취도 악취대로 피하지 말아야 해. 
인생은 무지개야... 
 
모든 것을 품으면서도 내면의 향기는 잃지 말자. 
 
쳐지면 쳐지는 대로 천천히 쉬어 가자...
 
 





 
-- 오늘 감사할 일 --
이틀전 학회에 참석했다. 
삼월인데 챙겨온 옷이라고는 얇은 옷 뿐이다. 내가 미쳤지... 
<삼월 한달 살이를 위해 내가 입거나 챙겨온 옷들>
( 상의 : 반팔 티셔츠 네개(핑크, 회색, 흰색, 쑥색), 가디건 두개(여름 아이보리, 봄 검정) , 회색 후디 한개, 쑥색 면 자켓, 황토색 아웃도어 자켓 춘추용/// 하의 : 레깅스(자주,남색) 두개, 회색 츄리닝, 쑥색 바지 하나 /// 원피스 (나시 시크 원피스, 긴소매 꽃무늬 봄 원피스 /// 실내복 한벌 // 얇은 면 스카프 // 캡 모자 // 수영복 // 운동화 )
이정도면 옷을 너무 많이 챙겨 온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넉넉하게 챙겨왔다고 생각했는데... 오판이었다.
문제는 삼월이 너무 춥다는 거였다... 도대체 영하로 떨어지는 날씨도 있다. 실제 체감 온도는 예보 수치 보다 더 심하게 떨어진다. 
사람들 중에는 패팅에 모자에 장갑에 목도리에 겨울 부츠를 신고 다니는 사람도 있었다.  
나만 혼자 봄 꽃무늬 원피스에 봄 가디건에 자켓 두겹 겹쳐 입고... 미친솨람...
 
친구가 왜 이리 춥게 다니냐고...그러고...
나도 안그러고 싶은데.. 옷을 안가져 왔다. 어쩔 수 없다. 심지어 수영복 가져왔다. 이러니까.. 
친구가.. 왓? 지금 3월이야... 심지어 체코야... 그것도 윗쪽... 너 왜그랬어? 
어쩔수 있나? 그래도 가져 온 옷들을 몇 겹 겹쳐 입으면 괜찮으니 그렇게 다닌다... 했다. 
친구들이 의논하더니 다음날 세 명이서 옷들을 챙겨 왔다. 
나랑 사이즈는 다르지만 그럭저럭 입을 수 있을거라며...  
엄청나게 많다. 이제... 우짜지? 
이렇게 많이 필요하지는 않은데... 
하나만 있으면 되는데... 
일단 받아두기는 했다. 
 
그런데 오늘은 심지어 학회에서 첨 만났던 친구가 메일을 보내왔다. 
집에서 옷을 챙겼는데, 내 숙소까지 가져다 줄 수가 없어서 자기 학생한테 부탁했다고 한다. 
내 숙소 근처에 사는 학생이 있었나보다. 
지극 정성에 정말 감동이다. 
 
 
체코 사람들은 정말 인심이 좋은 것 같다. 
 
오늘도 이런 사소한 정 때문에 
인간미에 감사하고 감동하며 보낼 수 있었다. 
 
보잘것 없는 나에게 
타국인이라는 이유로... 어려움이 있을까 걱정하며 배려해 주는 마음...
조건 없이 순수하게 친절을 베풀어 주는 친구들에게 오늘도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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