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삼취미/교육이론

이해의 과정의 기호학과 현상학

카리스χάρης 2026. 4. 26. 14:36

 

이해의 과정에는 즉각적으로 생성되는 기호언어들이 있다. 스스로에게 하는 혼잣말도 있고, 타인과 소통을 목적으로 하는 말들도 있다. 

이해의 과정에는 필수적으로 기호화 작용이 일어나는데, 이런 의미화 혹은 기호화 작용은 도구의 이해를 설명하는 또다른 중요한 차원이다. 

 

우리가 무언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단순히 정보를 복사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사적 기호Private sign'을 생성하여 날 것의 경험에 질서를 부여하는 창조적 과정이다. 

 

날것의 경험은 복잡하고 무질서하다. 뇌는 이 거대한 정보의 흐름을 감당할 수 없다. 이때 발생하는 '혼잣말'이나 '정의되지 않은 기호'들은 외부의 복잡성을 내가 다룰 수 있는 크기로 압축하는 '인지적 손잡이'역할을 한다. 흔히 나타나는 사적 기호화에는 신체적 감각 정보를 함축하고 있다. 이것은 기존의 언어체계에는 맞지 않는 나만의 표현이지만 나에게는 확실한 감각을 부여하며, 이것이 인지적 표상과 연결된다. 예를들어 '이 부분은 묵직하게 걸리는 느낌이야.'같은 경우이다. 

혼란스럽거나 개별적인 듯 하지만 나름의 질서가 부여되지 시작하는 시점이다. '이해'라는 추상적 과정을 '조작 가능한 도구'로 변환하는 첫번째 단계로써, 비트겐슈타인을 빌리면 그가 말한 '언어게임'처럼 나만의 기호가 생겨날 때 비로소 그 대상은 나의 통제 하게 들어오게 된다. 

 

도구의 이해의 측면에서 반복 중에 발생하는 기호화는 '대상-나-언어'사이의 간극을 메운다. 철학자 마틴 하이데거는 도구에 대한 이해를 '사용가능성 Readiness-to-hand'로 설명했다. 도구를 완벽히 이해하면 도구는 내 몸의 연장이 되어 투명해진다. 처음에는 '이 나사를 오른쪽으로 돌린다.'는 외적 언어가 필요하지만, 숙련되면 나만의 감각적 기호로 '꽉 물리는 손맛'과 같은 표현이 형성된다. 이 기호화가 형성되는 순간 도구는 더이상 외부 객체가 아니라 나의 신체적 판단 시스템의 일부가 된다. 이때 기호화는 도구를 신체화Embodied하는 촉매제이다. 

 

또 다른 측면은 공적 기호화에 관한 것이다. 내가 만든 기호는 사적 한계에 머물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는 일련의 사회나 환경속에 소속되어 있고, 그 안에서 어떤 질서들과 충돌하기도 수용되고 조정되기도 하는 등의 다양한 역동성 속에 있게 된다. 소통이 이루어지면서 기존의 언어질서와 조정되는 과정에서 우리의 의미화 작용이나 판단력이나 표상들은 더욱 명확해지고 정교해 진다.

나의 사적 기호가 우연히 타인과 공유되기도 하고, 타인과의 소통을 위해 재구조화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언어적 마찰'은 내가 놓쳤던 세부 사항을 다시 보게 하며 결과적으로 더 높은 차원이 판단력을 형성하게 한다. 비고츠키의 '내적 언어(Inner Speech)'이론이 이를 뒷받침하는데, 혼잣말이 결국 고등 사고 능력을 형성하는 도구가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기호화 작용이 '도구적 이해'와 '판단력'에 핵심적으로 기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해의 과정에서 일어나는 기호화 작용은 단순한 부작용이 아니라, 세계의 일부를 내것으로 만드는 점령 작용이다.

이 과정은 날것의 경험을 나만의 감각 데이터로 압축하는 그러니까 혼잣말이나 느낌, 비표준적 표현들로 드러나는 사적 기호화 과정의 측면과, 기호를 통해 대상과 나를 연결하여 도구와 나의 관계가 투명해지는 도구적 체화과정, 그리고 마지막으로 공적 재구성 과정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도구 사용에서 나타나는 의미작용은 이해의 능동적 구성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아이들이 혼잣말이나 자신만의 표현을 사용하며 도구를 다루는 동안 뇌는 이 복잡한 도구활용 기술들을 자신의 몸에 맞게 최적화하고 있는 신호이다. 이것은 우리가 도구의 이해 과정에서 우리만의 방식으로 세계를 재구성하고 있는 증거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