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잡담/일상산책

갑자기 폭우 in Linz

카리스χάρης 2023. 9. 8. 06:56



26 Aug 2023

여느때처럼
트램에서 일찍 내려서 걸어가는데
구름이 무겁게 가라 앉아 있는 모습이 장관이어서 사진을 찍었다.
강변에는 심지어 수영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그런데

https://youtu.be/pL2DLiTCmcg?si=ZM43QBgk0g3qDQs7


갑자기 폭우가 쏟아진다.


다리위를 막 건너기 시작했는데 엄청나게 쏟아진다.
비가 옆으로 오고 바람이 너무 세서 걸을 수가 없었다.

서 있을 수도 없었다.

결국 쭈그려 앉아 엉금 엉금 기어 갔다.
다리 난간을 잡고 기어 갔다.

오늘은 걷기 나쁜날.

한 백시간은 걸린것 같았다.
다리 건너는데 강물도 다리위로 튀어 오르니
무서운 상상까지 시작되고,
빗물 강물이 따갑게 귓구멍을 파고드는데 이런 아픔쯤은 문제가 안된다.

어서 빨리 여기를 벗어나야 한다.
난간을 잡고 최선을 다해서 기어갔다..

내 핸펀은 가방속에서 무사하려나?
푹 젖었겠지?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다.
엉금엉금 한시간은 걸은것 같다.

대충 2키로 거리인데 버스 정거장에 가기도 애매한 거리이다.

다른 차들이 지나가다가 잠깐 멈췄다 간다.
차도에서도 애매하게 거리가 있어서, 그들도 살짜 고민하는 듯했다.
애매하게 심각한 폭풍우는 아니고,
애매하게 걸을만한 바람도 아니고,
그래도 폭풍에 번개에 천둥에 난리났다.

강물도 출렁 나무도 쓰러져 간판도 떨어져..


무사히 도착했다.

집앞에서 지나가는 차량에의해 마지막 한방 물대포를 맞았다.
그 차도 그럴줄 몰랐는지 당황한 기색이 보인다.
아주 지나가면서 엄청난 물병풍을 일으키며 나를 적셔주더군.

저쪽에서 기다리더라 내가 다가오면 미안하다고 말하려는 듯하다.
그 옆 인도에서도 우산 쓴 남자가 멈춰서서 나와 차를 번갈아 바라보더군.

됐다.
집앞인데머...
빠이.
엘리베이터에서 우산맨 만났다.
sorry about that.
it was a guy. he wanted to tell you sorry. I think.

so I said.
it is fine.
I already arrived at home. what is the difference.
wet plus wet is wet.

엄청 배고팠어.
배터지게 밥 먹고 겨우 두시간 지났는데
또 먹었다.
무릎은 까였고, 손도 살짝 찢어졌고,  
다리 근육은 계획에도 없는 트레이닝을 받았다.





교훈
철없이 무거운 구름 감상하지 말자.
정신차리고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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