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잡담/자유칼럼

천경자 미인도 위작

카리스χάρης 2024. 6. 22. 20:50

 
 
당신은 다음 중 어떤 작품이 마음에 드시나요?
 
 

 
 
 
나에게 두 작품에게 제목을 붙여 보라고 한다면
 

왼쪽 작품은 '거울보는 미인'오른쪽 작품은 '우수에 잠긴 여인'

 
으로 붙이고 싶다. 
미인도라는 제목에 걸맞게 왼쪽 그림의 여인이 더 미인으로 보인다.
왼쪽의 머리장식은 꽃으로 보이고 오른쪽의 장식은 불꽃으로 보인다.



 
두 그림을 보면서 내가 갖게 되는 감상을 자세히 적어보고 싶다. 


갈색 얼굴 그림에 대한 내 해석 : 

노란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꽃장식을 머리에 올린 후 거울을 응시하는 모습이다.
헤어도 컬을 넣어 과감하게 부풀렸고, 머리에 올린 꽃들도 화려하다. 
그녀는 강렬하고 당당해 보이는 눈매으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으며, 조명도 그녀를 거의 정면에서 비추고 있다. 
누군가 프로필 사진 혹은 기념 사진을 찍어주는 듯한 상황처럼 보이기도 하며, 그녀가 스스로 거울을 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미인도라는 제목이 어울린다. 
갈색 피부가 강조되면서, 동양여인이 서양옷을 입고 미인이 된 미인도처럼 보인다.

 
 

보라색 얼굴 그림에 대한 내 해석 : 

여인의 눈이 정면을 회피하고 있으며, 눈밑 그늘이 깊으며, 광대뼈가 움푹 꺼지면서 슬퍼보이고, 지쳐 보인다. 

그러나 보라색을 사용함으로써 그 느낌을 화려하게 바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라색에 파란색 회색 붉은색 초록색으로 음영을 주면서 독특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조명은 오른쪽에서 떨어지게 함으로써 얼굴에 음영이 더 강조되게 된다. 

앞의 그림에서 눈동자에 화려하고 명확한 색을 넣었던것과는 대조적으로 
이 그림에서는 눈 부분에 안개처럼 약한 블러를 넣었다. 

전반적으로 터치에 블러가 들어가 있는 느낌이며, 이때문에 신비감을 준다. 

얼굴 표정이 주는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꽃장식은 단순화 되었고, 헤어도 단순화 되었다. 

여인이 있는 곳은 호수가 인것 같은 착시를 준다. 

새벽 안개 낀 호숫가에 꽃장식을 머리에 한 여인이 멍하니 앉아 무언가를 그리는 듯한 느낌이다. 

머리의 꽃장식은 어떻게 보면 불꽃처럼 보인다. 

자신이 심지가 되어 무언가를 향한 기도를 올리는 자 처럼. 

그리고 어깨에 앉은 나비가 여인을 향한 방향으로 앉아 고개를 숙인듯한 모습에서 
둘간에 어떤 교류가 일어나는 듯한 느낌 까지 준다. 

이 그림은 미인도라기 보다는 

'우수에 젖은 여인' 여인이라는 느낌을 더 준다. 

나에게 이 그림에 더 많은 이야기가 담긴 것 같아서 호기심과 신비로움을 불러 일으키며, 안개같은 보라색이 묘한 느낌을 줘서 호감이 더 간다. 


 
 
 
지금까지 나의 감상이었다.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위작이 좋다고 하니 몇 몇 사람들한테 내 수준이 하찮다고 무시 당했다.
진품도 못알아보는 안목이라니...
뭐 이런 거였을 거다.
 
그런데 내 관심사는 그게 진품인지 아닌지에 있지 않다.
안목이 높고 싶지도 않다.
시험보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그냥 나는 나다.
 
그냥 나라는 인간은 그런 감상을 갖는다고 공유해 보고 싶었다. 
하찮은 감상이라도 나에게 소중한 감상이니 말이다. 
 
나는 보라빛 그림에 더 강한 느낌을 받았다. 
 
작품을 볼 때 나에게 우러나오는 느낌에 솔직해지고 충실해 지는 연습을 우리는 해야 한다. 
감상은 일반적 양상을 가지며, 물론 일반적 공감을 얻는 평과 해석들이 있다. 
그리고 그것은 절대 진리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그냥 개인의 호불호일 뿐, 
개인의 호불호에 진품, 위작의 여부가 개입되어서는 안된다. 
 
 
그 껍데기를 벗어 버리자.
우리는 진품이라해서 더 찬사를 보내고, 위작이라고 해서 개인의 자유로운 감상을 방해하거나 하지 말자. 
 
감상과 별도로 물론,
나는 진품이 진품으로 인정받기를 바란다. 
내가 비록 위작에 더 높은 호감을 보이더라도 위작이 진품이라는 가짜 명예를 안고 살길 바라질 않는다. 
 
 
 
위작을 진품이라고 법정 판결이 나는 어이없는 해프닝.
그나저나 이때도 검찰이 가품을 진품으로 판결하는데 기여했더군... 
프랑스 전문가 말도 무시, 위작이라고 밝힌 작가의 말도 무시, 천경자화백의 가족말도 무시. 
그리고 가품이 진품이라고 판결이 나버리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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