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잡담/자유칼럼

먹기위해 산다는 것

카리스χάρης 2016. 9. 7. 22:30


어릴 적 아버지가 물었었다.
'살기 위해 먹을 테냐? 먹기 위해 살 테냐?'
내가 뭐라고 대답했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어쩌면 아무 대답을 안 했을지도...
아버지는
"살기 위해 먹어야 할 것 같으냐?
그렇지 않다.
먹기 위해 살아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씀하셨다.

아무거나 먹도록 내 삶을 방치해선 안 된다.
단지 살게 한다는 이유로 죄를 먹고, 추한 것을 먹어서는 안된다.
좋은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우리는 살아야 한다.
아버지의 '먹기 위해서 산다'는 그런 의미셨다.

어떤 상황에서도 나의 자존심과 존귀함을 지키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씀해 주셨다.


한참이 흘렀다.
같은 맥락으로 나도 질문을 던진다.
나에게...

너는...
목표 때문에 달리는 거니? 달리기 위해 목표를 정하는 거니?

어느 순간 드는 생각이
달리고 싶어서 자꾸 목표를 만들어 내는 거 같았다.
그리고 그건 좀 잘못된 것 같고 방황하는 것 같고...
그리고
내 목표가 하찮다고 느껴졌을 때
그것이 정말 내가 원했던 목표가 아닌듯하여
달려야 할 이유를 잃어버렸고
멈췄다.
인생의 진정한 의미와 목표는 무엇일지 고민하느라 세월을 보내고,
자꾸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 그렇게 멈춘 채로 가만히 있었다.

이것저것 재미있는 경험들을 쌓았다.
여전히 명확해진 것은 없다.
그러나
그러면서 깨닫는 것은
사실은
하찮은 목표라도 그것이 나를 살게 하는 것이며...
나는 달리고 싶었었구나
무엇을 잡고서라도 그것을 위해 그것을 향해 맘껏 뛰어보고 싶었구나.

달리면서 느끼는 그 살아 있음을 내가 좋아했구나.

아무리 하찮아도 내 심장을 뛰게 하는 목표를 찾았다면
벅차오르는 감동으로 뛸 수 있으리...
그것을 성취했건 그렇지 않았건...

그래서 사람들이 말하나 보다.
중요한 것은 당신이 목표를 이루었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당신이 목표를 향해 달리며 즐겼는가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