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히 살펴 보는 방한림전 [0]
(일부 대사와 기술 순서는 살짝 바꿨으나 원작의 의도나 내용을 해치지 않았음)
"여보 또 여기 계셨네요."
쌀쌀한 날씨에 방씨 부인은 외투 하나 들고와서 남편 어께에 걸쳐 주었어.
"오, 당신 오셨오? 오늘은 특히, 밤하늘이 참 예쁘구려. "
방씨는 그런 아내를 외투안에 품으며 같이 하늘을 감상했어.
"별들이 오늘따라 더 찬란하게 빛나는 것 같네요. "
둘은 가만히 하늘의 별들을 바라보며 어느 별이 우리 별일까? 대화를 나누고 있었어.
"어? 저기 저기 별 하나가 떨어져요."
"오늘 어느 집에 귀한 자식이 도착했나보오."
"경사네요. 우리에게는 언제 아이가 생길까요? 하늘도 무심하시지. "
아내는 깊은 한숨을 쉬며 말했어.
명나라 북경에 권력과 명망을 갖춘 방씨 집안이 있었어.
잠자기 전에는 항상 이렇게 하늘을 보며 치성을 드리곤 했어.
자식별을 찾으면서 말이야.
방씨 부부는 금슬이 좋았지만 자식이 없었어. 결혼한지 십년이 넘었는데도 말이야.
한편 자식 풍년인 집들도 많았지. 방씨 부부는 얼마나 이들을 부러워 했는지 몰라.
한성에 있는 영씨 가문에는 자식 복이 터져서 아들이 7명이나 되고, 딸이 네명이나 됐지. 아 근데 이번에 또 부인이 임신을 했네…7 아들이 5 딸이니 복이 터진 부부지않나?
이렇게 아들 딸 넉넉하게 골고루 있는 부부가 있는가 하면, 딸만 있는 집도 있었어. 아들이 있어야, 집안의 명예를 드높일 수 있으니 부모들은 아들 갖기를 간절히 원했어.
"하늘님, 왜 우리에게는 딸만 주십니까? 아들좀 주십시오. " 이러면서 말이야.
방씨 부부는 많은 건 바라지도 않았어.
"딸이어도 좋아요. 자식 한명 많이라도 점지해 주세요. 저희가 이제 노인이 다 되갑니다."
이렇게 밤마다 하늘의 별을 보며 기도를 했지.
그러다 드디어 자식을 얻게 됐어.
출산을 하고 보니 딸이야.
살짝 실망하긴 했지.
그 당시 부부들이 다 그랬던 것처럼 아들을 기대했지만, 그래도 감사했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예쁘고 고운 아이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 기도를 올렸어.
너무 예쁘고 똘망똘망한 딸이 태어난 거야.
이 딸의 이름은 관주로 지었어. 방관주.
딸을 보는 부부의 눈에 꿀이 뚝뚝 떨어졌지.
'이쁜 내딸.'
귀하게 얻은 딸이니 뭘해도 다 예쁜 딸인데,
심지어 정말로 객관적으로도 애가 예뻤어.
호기심도 많고 또 똑똑해. 3살부터 어려운 글도 척척 읽었어.
부부는 딸이 하고 싶은 걸 맘껏 하게 하면서 길렀어.
여자라는 이유로 규율 따위를 짊어지고 살게 하고 싶지 않았어.
관주는 똑똑하기만 한게 아니라 활동적이었어.
글 뿐 아니라 무예 익히는 것도 좋아했어.
맘껏 뛰어 노는 걸 좋아했으니 남자의 복장을 입고 싶어했지.
방 부부는 무조건 딸 하고 싶은데로 하게 했어.
"내 딸 하고 싶은 거 다해. "
이렇게 시간이 지나다보니,
이 아이의 하는 행동이 남자아이와 다름이 없는데다가 옷차림도 그러하니 사람들이 다 남자 아이로 생각했지.
부모는 다른 사람의 시선은 신경 안썼어.
한편, 영씨 집안에도 딸이 태어났지. 관주와 동갑이야. 이름은 영혜빙.
근데, 관주와는 아주 상황이 달라. 이 집은 아들 7에 딸도 이미 4명이나 있었기 때문에, 혜빙이 그리 귀한 딸은 아니었지.
이 막내딸은 관주처럼 자유롭게 크지 못했어.
다른 집들과 마찬가지로, 딸보다는 아들이 귀하게 대접 받았고, 이미 딸들도 여자의 본분을 지키는 얌전한 딸들이 인정 받았지.
혜빙은 똑똑하고 뛰어난 감각이 있는 아이였어. 그렇지만 그것 때문에 사랑 받거나 인정 받지는 못했어.
세상사와 사람들 사는 모습에 관심이 많았어. 사람에 대한 관찰력도 뛰어나서 목소리와 떨림, 태도만 봐도 그 사람의 심성을 알아채고 그 사람의 선함과 악한 됨됨이도 파악하곤 했어.
그러다 보니 못난 사람 잘난 사람 구분도 마음안에 생기고 동경하는 사람도 생기지.
세상을 꿰뚫어 보는 사람, 수려한 문장 능력과 시적 능력을 가진 사람, 강한척 하는 사람이 아니라 진정 용감한 사람을 동경했어.
글 읽기도 좋아하고 시도 좋아했는데, 책을 들고 놀면 맨날 꾸중만 듣기 일상이야.
"너는 여자애가 왜이리 책만 끼고 살아? 세상 일에 관심도 작작 가져라. 가정을 꾸리 려면 바느질 실력도 좀 쌓아야지. 맨날 돌아 다니고, 아니면 책이나 읽고 있고 말이야. 생각이 있니 없니?" 했지.
어머니는 남다른 막내딸 때문에 걱정이 한 가득이었어.
"언니 오빠들 보렴. 넌 그렇게 본보기가 되는 언니 오빠도 많은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구나. 남자와 여자는 차별적인 존재란다. 남자는 남자의 일이 있고, 여자는 여자의 일이 있는거야. 왜 그걸 알지 못해?"
"누가 그걸 모른데요?
나도 생각 엄청 하면서 살고 있다구요.
언니 오빠는 사는 거 하나도 안 부러워요."
혜빙이는 세상에 못마땅한게 많았어.
오빠들과 아빠, 삼촌들 하는 걸 보면 쓸데 없이 싸우고 화내고 사고치고 한심하기 이를데 없었어.
의미 없는 대장 놀이나 하는게 어리석어 보였어.
남자들은 큰소리는 치는데 알지도 못하면서 잘난체나 하고, 여자들에게 큰 소리나 치고 무시하고 말이야.
마음에 안들었어.
어리석은 명령을 고분고분 따르며 살아야 하는 여성의 삶에 불만이 많았지.
그래서 혼자 말하곤 했어.
“여자는 만들어지는 거야. 남자가 되지 못한다면, 차라리 인간의 윤리를 그만두는게 낫겠어.”
그렇게 두 여자 아이 중 한 명은 무남 독녀로 하고 싶은거 마음껏 하며 자라고, 다른 한 명은 여러 제약을 받으며 살고 있었어.
세월이 흘러 이제 관주는 어느덧 8살이 되었어.
이제 남녀 구분을 하여 행동을 해야 할 나이가 되었지. 부모는 이제 슬슬 여아의 교육을 시켜야 했고, 복장이나 행동을 바꾸도록 딸을 설득해야 했어.
근데 관주는
"저도 아버지 처럼 관직에 올라 나라를 위해 공을 세우고 명예롭게 살고 싶어요. "
"아니야 여자는 그럴 수 없단다.
이제부터 바느질도 배우고 얌전히 행동해야 시집도 가고 애도 낳고 가정을 꾸리고 살거 아니니. 이제 부터 밖에 나갈때는 장옷이나 너울을 써서 얼굴도 가리고 다녀야 한단다."
"싫어요. 평생 집안에만 갖혀 사는 그런 답답한 인생은 싫어요. "
유모도 부모도 관주를 설득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었지.
아 근데 부모가 갑자기 생을 마감했어.
관주는 완전 고아가 된거야.
관주는 슬펐지만 강한 소녀였어. 결심했지.
"이 험난한 세상을 혼자 살아 남기 위해서 난 남자로써 살겠다."
유모가 난리가 났지.
"아씨 안됩니다. 남자라니요. 세상에는 지켜야할 이치가 있는 것인데. "
"어허 무엄하다. 입 다물라. "
그리고 부모의 삼년 상을 끝내고는 세상 구경을 위해 여행을 떠났어.
세상 여기 저기를 돌아다니다 보니 남자들의 말투나 세계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됐지.
이제 일부러 흉내내지 않아도 제법 남자다운 매너가 몸에 베게 되었어.
여행을 끝내고 11살에 집에 돌아왔어.
어엿한 미소년으로써, 표정, 몸짓, 행동이 완전히 교양있는 남성이었어.
게다가 학문, 글짓기 능력들도 엄청나서 인기남이 되었지.
이때 전국에 과거령이 내려졌어.
능력으로 관직에 오를 수 있는 기회이니, 있는 집 자제 뿐 아니라 관직에 관심 있는 젊은이들은 시험을 준비하기 시작했지.
관주도 당연히 시험을 보기로 결심했지. 관직에 오르는 것이 어렸을 때 부터 꿈이었으니까 말이야.
그래서 시험을 치기 위해서 여행을 또 떠나.
아니 근데,
여행 중에 다양한 찌질한 남자들을 만나게 되.
"븅신들"
그동안 여자로써 의기소침한 점도 없지 않아 있었는데, 이제 좀더 자신감이 생겼어.
드디어 시험을 봐.
시험을 보는 데 아주 가관이야.
시험 문제가 공표 됐어.
남자들은 시험 문제를 보더니 마치 세상에서 가장 쉬운 문제를 만난 것처럼, 자기만이 제대로 된 정답을 낼 사람인 것처럼,
거들먹 거리고,
아는 척 고개를 크게 끄덕 거리고,
과장된 동작으로 글을 써 내려 가지 않나.
정말 태도만 봐도 하찮았지.
관주는 속으로 말했지.
‘거참 가소롭군. 찌질이들.
자, 나도 한번 써 볼까?’
쫙쫙 거침없이
문장을 써 내려갔어.
아니나 달라?
급제했어. 급제뿐이야? 1등 했어.
황제가 1등의 답안에 감동하여 관주를 직접 만나고자 했어.
만나고 나서도 관주의 문장 실력과 언변에 감탄을 했지.
관주에게 매우 호감을 보이며, 한림이라는 관직을 내리고, 집도 크게 지어주고, 노비, 땅 다 줬어.
상황이 이러니까 온동네 권력 있는 사람들이 다 딸을 시집 보내려고 해.
아직 12살 밖에 안된 소년이 벌써 관직을 얻었으니 말이야.
무엇보다 시험 답안으로 제출된 문장이 사람들을 감동 시켰지.
그리고 장원급제 한 사람의 문장을 본 세상 사람들도 하나같이 칭찬 일색이었어.
어떤 귀인이길래 저리 시적인 문체로 저리 깊은 철학적 통찰을 가지고 세상을 파악하고 있단 말인가?
아까 앞에서 말한 영씨 집안 기억나나?
그 집에도 막내 딸 하나가 있었던거 기억나지? 혜빙이.
혜빙이도 문장에 감동하여,
"저 정도 문장 실력을 갖춘 인품이라면, 곱추등에 못생긴 사나이라도 낭군 삼을 수 있을 거 같아"
라고 생각했어.
역시나 혜빙이 부모도 딸 출가 때문에 고민이 많았지.
모든 자식은 다 출가시켰는데 막내딸 혜빙이만 시집을 못 보냈으니까 말이야.
그렇게 걱정 하던 차에 마침 방관주를 보게 된거야.
게다가 인물까지 훤칠하니 더욱 욕심이 낫지.
딸과의 혼사를 성사시키기 위해서 영대신은 적극적으로 관주에게 혼례 작전을 치기 시작했지.
관주가 어디를 가던 항상 우연히 만났어.
“내 어여쁜 귀한 딸이 하나 있는데, 자네와 동갑이라네. 딸과 결혼함이 어떤가?”
한편 관주는 영대감 말고도, 여러 군데에서 혼례 요청을 받고 있었고, 다 쎄이 노 하고 있었어.
여러 걱정이 생기기 시작 됐지.
'그래도 현실에 이제 눈을 떠야 하잖아? 언제까지 남자 연기를 하며 살거냐고?'
또 이런 생각도 하기도 했지.
‘아 내 꿈은 난 관직에 오르고, 국가를 위해 공을 세우고, 명예를 드높이는 삶을 사는 건데, 그러려면 결혼을 해야 한단 말이다.
결혼을 하지 않으면, 고위 관직에 오를 수 없단 말이다.
아 근데 나는 여자이지 않은가?
이러니 결혼을 하고 싶어도 남자가 아니니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사실을 말할 수 도 없지 않은가?
이 사실을 황제가 알면 크게 분노하여 나를 죽이고 말테야.
어쩌나.
이미 엎지러진 물 이를 어쩌나.
혹여 운이 좋아서,
평생 친구처럼 인연을 맺으며 함께 할 수 있는 여자 동무가 있으면 좋으련만.
그럼 반려자도 있고, 관직에도 오를 수 있고 내 꿈을 다 이룰 수 있는거 아닌가?
에이 아니아니야.
그건 나의 욕심이지. 세상, 어느 여자가 그러겠는가? ‘
적극적인 영씨 부친의 구애에 잠깐 흔들리기는 했으나,
역시 영의 부친 요청 거부해.
“대감의 뜻은 감사하오나 소인 차마 그 청을 받들 수 없아옵니다. 부디 용서하옵소서.”
그러니가 영의 부친이
“알겠네. 내 더이상 귀찮게 하지 않겠네. 그럼 그냥 내 집에서 저녁 식사나 하세. “
밥 먹으러 갔지.
시와 철학 주변 국과의 관계 등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누었지.
관주는 초대에 답례하기 위해 시 한수 적어 올리겠다고 했어.
벼루와 붓이 대령되었어.
관주는 역시나 교양과 품위 있는 몸짓으로
시를 적어 나갔어.
멀리서 이를 본 영혜는
'그의 손에서 유유하게 흐르는 붓이 글이 아니라 그림을 그리는 것 같구나.
붓은 그저 붓일 지언데, 저 분을 만나 제 멋을 맘껏 발휘하는구나.'
문장을 다 쓰고 부친께 글을 바치는 의미로 관주는 시를 낭독했어.
낭독하는 목소리와 문장을 저 멀리서 혜빙은 감상하였지.
'간결하고 정교한 문체에 대장부의 기백과 여인의 부드러움이 함께 담겼구나.'
이때 감사 인사를 하며,
부친이 슬쩍 관주를 한 번 더 떠보네.
“ 이보게, 자네의 뜻은 내가 이미 알고 있네. 그러나 내 집에 온 손님이니. 손님으로써 내 딸이 손님에게 인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는가? 내 딸을 불렀으니 한번 봐주게. “
그렇게 딸이 등장해.
혜빙은 평소와 다르게 조신 조신 예를 갖춰 등장해.
“아버님, 부르셨습니까?”
정적…
얼음...
혜빙을 본 관준는 얼음이 되었어.
'우와'
완전 예뻐.
관주는 혜빙에게 뽕 갔어.
혜빙도 그런 관주를 보면서 입가에 살짝 미소를 지었지.
둘은 살짝 살짝 보는 듯 안보는 듯 기싸움을 했어.
고~~~~~요~~~~~
영겁의 시간처럼, 정적의 시간처럼 세상이 멈춘것 같아.
관주가 생각해.
“아니 이렇게 곱고 총기가 넘치는 여성이 있단 말인가? 정말 매력적인 여성 아닌가? 저런 여자와 평생의 동무가 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런데 그렇다고 내가 저 처자와 결혼할 수는 없지 않은가?
내가 저 처자의 인생을 망칠 수는 없지 않은가?
난 그럴 수 없어. 싫다고 말해야 해.”
부친은 관주의 눈빛을 바라보고는 자기 딸을 마음에 들어 한다는 것을 눈치챘지. 매우 흡족했지.
이때를 노리고 훅 들어갔어.
자식 12을 둔 부모 아닌가? 그동안 쌓인 부모 스킬 발동. 노련하게 훅 들어갔어.
“어때? 둘이 정말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마음의 결정을 하겠는가? 하하.”
관주는 당연히 망설여졌지.
속으로 말했어.
‘그러게 말입니다. 마음 같아서는 평생의 동무가 되고 싶지요. 그런데 어찌 제가 감히 귀한 처자를 탐하겠습니까? 제 주제에 말이지요. 마음 같아서야’
"어떤가?"
“어찌 제가 사양하겠습니까?”
얼떨결에 속마음이 밖으로 튀어 나와 버렸어.
그래서 결혼을 승낙하게 되.
분위기에 휩쓸려 혼사를 추진하기로 했지.
관주는 마음을 사로잡았던 걱정이 사라졌어.
관주는 기분이 좋았어. 마음에 드는 처자와 평생을 함께 한다는 생각을 하니 꿈만 같았지.
집으로 돌아왔어.
유모에게 말했어.
유모가 난리 났지.
“왜 그랬어요? 아니 어쩔려고 그래요? “
화를 확 냈어.
‘어허.. 무엄 하도다. 내가 다 계획이 있다. 넌 시키는 일만 하거라.”
유모는 걱정이 태산이야.
아니 계획은 개뿔 무슨 계획이냐고… 계획 당연히 없지.
관주는 그냥 기분이 좋았어.
그 기분에 그냥 취해서 미래는 생각도 안하고 그냥 행복하게 결혼식을 기다렸지.
한편, 혜빙은 어떤 마음일까?
혜빙은 사람에 대한 관찰력과 통찰력이 뛰어난 여자였어.
관주를 본 순간 알아봤지.
‘외모를 보니 세상을 크게 휘두를 사람임에 틀림 없군. 대장부로써 꿈을 가지고 큰 일을 할 사람임에 분명해…’
그런데 여기서 그치지 않았어.
혜빙의 관찰은 계속 됐지. 그의 목소리 태도 목소리의 어색한 떨림을 보고 생각했지.
‘그러나, 저분은 여자로구만.
딱하기도 해라. 왠 여자아이가 남자 옷을 입고 사는데, 일찍 부모를 여의니 주변에서 말리는 사람이 없었을 거고, 어찌 어찌 여기까지 오게 되었구나.
그래도 멍청하게 힘이나 과시하려하고 여자를 무시하는 다른 남자들과는 다르겠군.
저분과 친구가 되어 형제의 연을 맺고 살고 싶구나. ‘
이미 혜빙은 관주가 여성인 것을 눈치채고 혼사에 동의 했지.
시간이 흘러 드디어 혼삿날이 되었어.
혼사를 치르고 첫날 밤을 치르기 위해 둘이 한 방에 앉았어.
관주는 땀을 줄줄 흘리며 떨고 있었지.
이제 현실을 깨달은 거야.
안절부절.
‘이제 어쩐다. 내가 여자인것이 들통이 날거고, 이제 나는 목이 달아나겠구나.’
혜빙은 그런 관주를 보면서 가만히 속으로 웃고 있었지.
한참을 기다리다가 한마디 꺼냈어.
“제가 여성이지만 군자의 마음을 누설하지 않을테니 너무 속이지 마옵소서. “
“어허, 무슨 말을 하는 거요.?”
관주는 시치미를 뚝 땠지.
혜빙은 표정을 무섭게 굳히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무서운 정적이 밤새 흘렀어.
관주는 벌벌 떨고, 안절부절 하면서 하루가 지났어.
동이 터 오고, 새벽 닭이 울었어.
관주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벌벌 떨며, 눈물을 줄줄 흘렀어.
‘난 이제 죽었구나. 세상이 다 내가 여자인 줄 알 것이다.
관직도, 공을 세우는 것도, 내 평생의 동무도 모든게 끝이다. 끝이야. ‘
우는 모습을 지켜 보더니 혜빙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어.
“제가 어떻게 감히 지아비에게 당돌한 태도로 말을 하겠습니까?
세상을 속여서 음양을 바꾸신걸 알고 있어요.
마음에 둔 걱정을 제게 털어 놓으시면, 제가 그 뜻을 함께 지켜 드리겠나이다. “
관주 이제 막 울어.
‘씨 역시 들켰구나. 이제 죽었구나.’
그리고 벌벌떨며 혜빙에게 말해.
“ 부인, 내가 사실은 부모님을 잃고 혼자 세상을 헤쳐 나가다 보니 이리 살게 되었오.
나는 평생 혼인할 생각이 없었으나, 당신의 아버지께서 추진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이 혼사를 허락하게 되었구려. 부디 용서하시오. 부인의 인생을 망칠 생각은 없었오이다.
부디 간곡하게 부탁하니 내 딱한 사정을 봐서 침묵해 주길 바라오. 이렇게 빌겠오“
도도하게 앉아 간곡하게 조아리는 말을 듣더니 혜빙이 말한다.
“소녀 원래 처음부터 당신이 여자인걸 알아봤습니다. 알고 한 혼인이오니 너무 마음쓰지 마시옵소서.”
이렇게 여차저차 하여 둘간의 관계는 맺어졌어.
둘만의 비밀. 마음 맞는 동무.
동갑내기 인데다가 서로 평생의 여자 친구를 원했으니 이 결혼을 잘 유지하여 사이 좋게 평생의 친구가 되기로 약속했지.
“난 네편이야. 너랑 친구되어서 좋다. “
“형제의 의를 맺자. 배신하기 없기. “
“ 그나저나 관주 형제, 너 계속 수염 안나면, 누구든 알아볼걸? 그때 어떡하려고 그래? “
둘은 좋아서 장난치면서 놀고 사이좋게 지냈어.
관주는 일이 끝나도 다른 사내들처럼 방탕하게 놀지 않고, 집으로 바로 돌아가 혜빙과 놀곤했어.
이러니 황제와 대신들은 가정적이고 정말 착실한 사람이군 하면서 더 좋아했어.
그러나 장인은 걱정이 태산이야.
“ 어허 둘이 사이가 이렇게 좋은데도, 아직까지 애가 없으니 이를 어쩐다. 혹시 내 여식이 문제가 있나? 첩을 소개 시켜 줘야 하나? “
장인이 첩을 소개 시켜 주려 해도 관주는 “됐습니다.” 했지.
“우리 사위가 심지가 올바르니 좋긴 한데. 걱정이구만.” 이렇게 한편으로는 장인도 후사를 걱정하고 있었어.
주변에서 자꾸 애 이야기를 하니 귀찮던 차였는데, 마침 나라에 민란이 일어났어.
황제가 관주를 보내려고하니, 관주가 좋아했어.
‘이 기회에 내 능력을 증명하고, 공을 세우리라. ‘
이 소식을 부인에게 말했지.
혜빙은 놀래서 말해.
“ 어떻게 할려고 그래? 진짜 가려고? 미쳤어요?”
이 말에 관주가 정색하며 말하길
“어허 대장부 일에 신경 끄시오. “
황당한 눈빛으로 잠시 관주를 응시하더니
'흥'
혜빙이 조용히 정색하며 혼자 비웃었어.
출장은 1년동안 갔어.
출장 중에 어느날 산책을 하고 있는데, 하늘에서 별똥이 떨어졌어. 그 자리에 가보니 갓난 아이가 있더라.
마침 아이가 필요하던 차에 하늘이 내려준 아이이니 이 아이를 데리고 고향으로 돌아갔어.
이름은 낙성이라 하였어.
유모가 애를 보더니 당연히 또 걱정해… 잔소리 잔소리.
“ 아니 마님, 세상의 금수는 음양의 조화를 이뤄야 하는데, 계속 이렇게 사실 겁니까?
하늘에 계신 부모님이 걱정할거예요. 세상에는 질서가 있다는 것을 왜 모르세요? 이러나 탄로가 나면 어쩌시려고 그래요?”
관주가 유모를 무섭게 째려보더니…
“거참 시끄럽구나. 무엄하도다. 계속 이러면 너와 인연을 끊을 뿐 아니라, 가만 두지 않겠다.”
이에 부인 혜빙이 말하길
“아니 관주형, 유모는 그리 말할수 있지, 하루 이틀도 아니고, 왜 그렇게 질타를 하세요?”
관주는 또 부인에게 정색을 하더니
“어허허허, 보자보자하니까… 부인은 이쯤 되면 여인으로써의 도리를 알아야 되는거 아니오? 언제까지 이리 행동 할 거요? 그리고 어찌 가장의 이름을 함부로 불러대시오.?”
'흥'
부인은 정색하며 허공을 봤지.
조용히 웃기만 했어.
낙성이 역시 여러 방면에서 뛰어났어.
주변에 눈독 들이는 사람이 많더니 8살에 김씨대신이 자신의 딸 줬어. 그리고 12살에 결혼시켰어.
그러다 또 전쟁이 났어.
참전하고자 지원했어. 부인이 뭐라 나무라니, 또 부인에게 호통을 쳐.
부인 황당하지.
“너 칼을 들수 있기나 해? 현실 감각이 있기나 해? 생리 어떻할거야? 갑옷 어떻게 입을거야? 그 무거운걸? 여자의 몸으로 어떻게 전장에 가려고 해? 미쳤어? “
관수가 부인에게 호통을 치며
“어허 대장부 하는 일에 어디 아녀자가 감놔라 배놔라 하오?”
관수는 자기를 완전 남자로 생각하나봐.
말이 안통해. 부인은 조용히 한숨만 지을 뿐이었어.
그러나 다행히 전장에서는 공을 세웠어.
하루는 침입자가 있었는데, 하늘을 별자리를 보고 이것을 점쳤던 관주가 침입자를 처단했어.
여차저차 그렇게 세월이 흘러 손주도 보고, 공을 세우고 하면서 명예를 점점 드높이게 되었지.
어느날 황제가 관주에게 선물을 두개 내렸는데, 붓 하나는 아들에게 주고, 모자는 자기가 쓰고 거들먹 거리고 뽐내고 있었어. 그 꼴을 보니 딱 혜빙이 싫어하는 남자들의 폼새야.
예전에 붓을 잡고 문장을 써 내려가던 모습은 온데 간데 없고, 제복에 착용할 관모 하나에 취해서 흥에 겨운 모습이라니 참 실망스러웠어.
이에 부인이 말했어.
“아니 당신은 황제에게 받은 선물을 자식에게는 주면서 평생의 반려자인 나에게는 왜 안주시옵니까? “
“아니 부인, 원할 걸 원하시오. 당신이 가진 모든 것은 내가 준 것인데, 만족을 못하고 투정이라니 부끄러운 줄 아시오? “
어처구니 없는 혜빙이 받아쳤지.
“ 나으리는 참 떳떳하십니다. 저는 없는 걱정을 나으리는 가지고 계시면서 말이죠. 어디 그게 드러나도 떳떳하고 당당 하시겠오? “
“어허~ 부인은 쓸데 없는 소리 하지 마시오. ”
'흥'
부인이 정색하며 허공을 본다.
씁쓸히 웃었어.
이제 이 부부의는 처음 그때 처럼
알콩 달콩 깨볶는 우애는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지고,
여느 집 처럼 남편과 부인의 건조한 의무만 남아 있었어.
그러던 어느날
관주는 집앞에서 도인을 만나.
그 도인이 관주의 과거와 운명에 대해서 콕콕 짚어 사실을 말하더니, 덧붙여 말했어.
“그러나 당신은 이제 오래 살지 못할 것이오. 40이 되기 전에 죽을 운명이라오.”
그리고 심난한 마음에 방에 돌아오니 빛이 어린 신비한 편지 하나가 놓여 있었어.
‘너는 전생에 하늘에서 호색한으로 말썽을 일으켜 이 세상에 보내졌다. 벌로 부부의 연을 못 맺게 하고, 자식이 없게 하였다. 이제 너의 생을 거둘 때가 되었다. 삶을 조용히 정리하라 ”
그리고 편지는 연기처럼 사라졌어.
이 예언을 듣고,
관주는 자신의 삶을 뒤돌아 보고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되. 그리고 부인에게 한없는 미안함을 느끼게 되.
‘나는 곧 죽을 것인데, 못난 나를 만난 내 부인은 무슨 죄인가? 미안하구나. 이 생에서 또 죄를 지었구나. 내 동무 혜빙은 나 때문에 여인으로써의 삶을 못 살았구나. 내가 가면 이 여인은 또 어찌 살아 갈 것인가?’
죽기전에 지인들에게 인사나 하고 싶어서
마지막으로 큰 잔치를 베풀었어. 그리고 사람들에게 자신의 운명이 다하였음을 알렸어.
그날 이후 관주는 시름 시름 앓게 되었어.
이에 황제가 병문안을 왔지.
이때, 황제에게 가서 진실을 말하게 되.
“폐하 제가 큰 죄를 저질렀습니다. 그동안 황제폐하를 속였나이다.. 어쩌구 저쩌구.”
그런데 황제는 용서해.
“내 인재를 과거시험을 통해 등용한 이유는 신분에 차등을 두지 않기 위함이었다. 너는 공을 많이 세웠으니 내 너를 용서하마.”
그리고 며칠이 지나 관주는 생을 마감했어.
이에 부인도 충격을 입고, 기운이 다하더니 생을 마감하게 되었어.
부모의 장례를 치르고 자식들은 밤하늘을 바라보며 부모를 그리워 했지.
낙성의 꿈에 부모가 나타났어.
“낙성아 너의 이름이 왜 낙성인지 알고 있느냐? 나는 너를 우리 부부의 연으로 얻은게 아니란다. 하늘로 부터 얻었단다. 어느날 유성이 떨어진 자리에 가보니 너가 있었지.
우리는 본래 천상의 별 이었단다. 나는 문곡성, 부인은 상아성으로 하늘에서 서로 깊이 사랑하였지. 그러나 우리는 즐거움에 빠져서 맡은 바 하늘의 소임을 다하지 않았단다. 그리하여 벌을 받게 되었고, 지상에 여자로 환생하게 된 것이란다. 지금 우리는 하늘로 돌아와 우리의 역할을 충실하게 지키고 있다. 그리고 서로의 인연도 잘 가꾸고 있다. 잘 살고 있단다. 우리 걱정일랑은 말고 우리 아들 낙성아 잘 지내라. 사랑한다.”
방한림전은 필사 연대가 기술되어 있다.
이것으로 판단하건데 필사년대는 1883년임을 알 수 있고, [1]
이 소설은 초판시기는 알 수 없으나 소설의 배경으로 볼 때 조선 후기에 지어진 것으로 보인다.
(시대적 배경)
조선 후기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이후를 말한다. 전쟁 후 기세 등등 했던 왕조와 권력자들에 대한 실망을 경험함으로써 조선사회는 정치, 경제, 서민들의 인식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특히, 문학에 변화가 많았으며, 주체적인 여성상을 보이는 소설들이 이 시기에 많이 등장한다 [2].
-임진왜란 요약 [3]-
임진왜란은 1591년 일본은 부산 공격을 시작한다. 계속 올라와서 한성 함락. 선조는 압록강변까지 도망. 분노한 백성들 왕자를 잡아 일본에 넘김 [3].
전라좌수사 이순신이 바다를 장악하고, 각지 의병이 일어나 반격하면서 전세 역전된다.
1593년 1월 명나라 지원군과 합동작전 펼침. 평양 찾고 한성 찾는다.
그 후 명나라 일본 간 회담 있었고, 1597년 일본이 다시 전쟁 재개한다. 이때, 조선은 만반의 준비 돼 있었기에, 전쟁은 남쪽에서만 일어났고, 1598년 도요토미 사망과 함께 일본군 철수 전쟁 끝난다.
-병자호란 요약 [4,5]-
정묘호란 후금 침입. 조선 무방비 상태로 당함. 전쟁 후 후금과 조선은 화친 맺음. 조선은 후금과 명 사이에 중립 외교를 표방하게 됨. 후금이 만주 전역 석권 후 세력을 넓혀 감으로써 명나라 공격하고 있는데, 조선은 친명배금정책 쓰고 있음을 알게 됨.
정묘약조 이후 조선은 후금에 물자를 바치고 있는 상황이었으므로, 후금으로써는 조선의 이런 태도가 거슬렸지. 이때 후금은 양국의 관계를 형제 관계에서 군신관계로 전환하자고 요구한다. 전쟁하자는 뜻이지. 국경지역에서 여러 분쟁이 있었고, 왕자를 볼모로 보내라는 등의 무례한 요구로 여론 악화, 인조와 조정 대신들은 군사 일으켜 결전하기로 함.
그러나 미비. 입으로만 전쟁 준비. 현실로 받아들이기 싫은거지.
여차저차해서
그해 (1636 년) 12월 1일 청태종(홍타이지)가 청군7만, 몽골군 3만, 한족 2만 몰고 옴. 1일 압록강 건너고, 5일 개성 도착. 엄청난 빠른 진격. 한양은 이 소식을 13일 오후에서야 들음. 거의 소식통과 군대가 같은 속도로 달려 오고 있는거지. 한양 이 소식에 난리남. 맨붕. 급히 피난길 오름. 인조 남한산성으로 피신. 폭설로 고립. 청군 남한 산성 도착, 40일간의 포위 기다림. 추위와 굶주림 문제까지. 결국 항복, 삼전도에서 청 태종에게 무릎 꿇고 신하의 예를 갖춤. 침략후 두달도 안되서 상황 정리됨. 이때부터 조선이 후금의 신하가 됨 [4,5].
청은 명을 정복할 생각이고 이때 명의 후방 세력이 걸림돌이므로 조선을 먼저 제압했어야 했다. 성공적으로 조선을 제압하였고, 조선은 명과의 외교를 단절한다.
조선과 명은 사대 관계였지만, 14세기 후반부터 16세기 초반까지 이 양국은 동북아에서 지배적인 위치에 있었다. 양국간 전쟁도 많았지만 경제적 협력, 혼입연합, 예술, 문학, 철학 등의 교류도 활발했어. 조선은 특히 명나라의 시, 문학, 철학을 좋아했다. [6]
그런 명을 청이 먹었고, 조선은 청과 군신의 관계를 맺는 상황이 됐으니
백성들의 인식에 대거 변화가 일어난 것은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방한림전은 이런 시기에 탄생하였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청과 군신의 관계를 맺는 시대에 쓰여진 조선 소설이지만, 명나라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군대 및 전시 상황에 대한 묘사, 귀족 사회나 사회적 관계에 대한 등을 토대로 볼 때
지식이나 신분이 있는 여성이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쓴 것으로 평가 되고 있다.
자신의 신분을 숨기기 위해 자신이 알고 있는 지명등을 노출하기 어려웠을 테니, 명 나라는 과거에 존재한 나라이기 때문에 가상의 나라로 설정 됨으로써 작자에 대한 의심과 사회적 비판을 피할 수 있었던 걸로 보인다.
[0] 2024년 3월호 월말매거진. 조선의 젠더 풍자극 방한림전.
[1]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14XXE0011610
[2] https://1catch-up.com/31
[3]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76XX73900130
[4]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14XXE0023151
[5]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14XXE0011610
[6] https://lion342.tistory.com/2249
[7] https://lks02.tistory.com/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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