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삼취미/교육이론

실러의 미적 교육론

카리스χάρης 2026. 7. 2. 23:00

 

미적 교육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미적 인간(온전한 인간, Totalität)을 기르는 것이다. 인간성은 자유의지를 갖는 도덕적 인간에 내재한 성품이다. 인간성의 함양을 위해 우리의 교육은 예술 및 문화를 십분 활용해야 한다. 

 

예술가가 재료에 알맞은 원리를 적용하여 한 작품이 산출되듯이 인간을 교육하는 방법도 이와 같아야 한다. 미적인간은 감각과 이성이 미적으로 조화를 이루는 인간이며, 예술작품이 미적 상태에서 산출되듯이, 도덕적 인간도 미적 상태에서 성취될 수 있다. 도덕적 인간은 지성을 갖추었다고해서 되는 것이 아니며, 감각 및 감정, 물질성과도 적절히 결합하되 동시에 초월할 수도 있는 자유의지로 판단 및 실행을 할 수 있을 때 형성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태의 행동은 사적 목적이나 이익의 추구가 아닌 인류 전체의 의지를 반영하게 된다. 

 

도덕적 인간은 자신의 감각적 한계를 인식하면서도 자신의 성향에 맞는 자기 원칙을 부여한 합리적 자유를 가진 도덕적 삶을 통해 드러난다. 

미적 교육은 자연법칙에서나 이성법칙에 구속되지 않은 열린 마음의 유희가 가능하도록 이루어져야 한다. 

순수한 동기를 부여하는 유희는 합법적 욕구를 지향하며, 자신의 본성과 경험을 넘어서는 초월적 의지로 고귀하며 숭고한 행동을 실천하게 한다. 

 

인간은 필연적으로 물리적 상태와 도덕적 상태라는 두 가지 상태에 직면하고 있다. 물리적 상태의 인간은 단순히 자연의 지배를 견딜 뿐이지만, 도덕적 상태에 있는 인간은 자연의 지배를 인식한다. 그리고 미적 상태에 있는 인간은 자연의 지배에서 벗어나 유희를 할 수 있다(24편지:1). 

 

미적 상태에 있는 인간은 자연의 혼란스러운 감각성에 대한 변화를 인식하며 반성하면서 객관적 대상과 주관적 인간을 구별한다. 그리고, 자연과 자신의 관계에서 욕구를 조절할 수 있다. 그는 자연의 끝없는 욕망들과 맞서 싸우기도 하고, 욕망을 절제하기도 한다. 이것은 인간의 품위를 지켜주는 유희충동이 있기 때문인데, 인간을 동물적 상태에서나 이성적 상태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하여 비속한 상태와 신성한 상태를 조율한 성품을 갖게 한다.

인간의 행복은 바로 이 비속한 상태(감각의 노예)와 신성한 상태(이성의 노예)의 중용에서 생성된 도덕적 품위에서 찾을 수 있다. 미적 교육도 이러한 원리가 일치하는 순수성을 유지하는 데에 있다.

그러므로 행복의 의미는 오직 존재하는 일이나 잘 사는 일 자체만을 위한 동물적 상태의 욕망에서 벗어나는 데에 있다. 다시 말하면, 물질적인 것, 시간적인 것, 개체적인 것들을 영원하며 절대적인 변화 앞으로 무한히 확장시키는 데에 행복의 의미가 있다. 

현실적인 것들은 이상적인 것들과 조화를 이루어서 결국 행복은 도덕적 품위를 유지하는데서 찾게 된다. 이러한 행복을 추구하는 인간을 기르는 것이 미적 교육에서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과제이다. 

 

여기서 감각적인 쾌만 즐기는 비속한 상태와 이성의 원칙만 지키는 신성한 상태를 조절하는 것은 '형식적 거리두기(Abstraktion, 추상력)'이다. 이것은 경험적 지식과 순수한 이성의 영역의 그 자체에서는 찾을 수 없는, 모든 현상의 느낌 및 감정에서 찾을 수 있는 유희충동에서 일어나는 감각성과 정신성을 수용하며 형성하는 힘이라고도 할 수 있다. 또한 아름다운 영혼으로 두 성향을 균형 잡는 힘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Abstraktion은 인간성을 형성하는데 필요한 조건이 된다. 이와 같은 Abstraktion에 의해 인간성을 확장시킬 때 미적 교육의 방법이 성취된다. 

인간성을 형성하는 조건으로써 추상력에 대헤 실러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원시적 인간이 인간성을 알리는 표상은 무엇인가? 역사에 묻는다면 동물적인 상태의 노예로부터 벗어난 모든 민족들에게서 발견하게 된다. 그들은 가상(Schein)을 즐기고, 장식(ornamentation)과 유희를 지향하는 성향이라고 대답한다(26 편지:3).

 

가상, 장식, 유희에서 평온함을 찾는 민족들은 현실적인 것만을 추구하지 않고, 문화를 지향하기 때문에 현실에 속박되지 않는 자유로운 능력으로 미적 가상을 유희하며 상상력을 형성하면서 추상력도 유발시키는 능력이 있다. 

이 추상력이 인간성의 표지가 된다는 것이다. 만일 현실적인 것만 추구한다면 원시인이나 지성인이나 마찬가지로 어리석기 쉽다. 왜냐하면 이들은 현실의 필요에 집착한 나머지 가상에 대한 관심이 없고, 이들의 상상력은 물질적이든 정신적이든 힘에 구속받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적 인간은 사물에 대한 가상에 대해 단순히 수용만 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에너지로 스스로 움직여서 자신이 행동하는 것을 미적 가상으로써 즐길 줄 안다. 그리하여 단순한 외부나 사물에 대해 가상, 장식, 유희를 향한 에너지가 추상력에까지 도달하여 인간성을 확장시킬 때 무한한 잠재력도 계발될 수 있다. 

또한 가상과 장식을 즐기고 유희를 지향하는 미적 인간은 원시인처럼 접촉하는 감각기관만을 이용해 즐기지 않으며 가상에 의한 현실을 인식하므로 대상을 미적으로 주체화하여 독자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데서 즐거움을 찾는다.(26편지:6). 이를테면 동물적인 상태에 있는 인간은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것에 머물지만, 가상을 즐기는 인간은 시각과 청각이 접촉하는 대상과 형식을 유희하여 느낀다. 가상에 대한 즐거움에 예술적 모방을 향한 충동, 곧 유희충동이 따르기 때문이다. 이것을 자율성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자율성으로 인해 가상과 현실을 구분하고 형식과 몸을 구분해내고 한 대상에서 다른 대상을 추출해내는 그들 사이의 분별이 가능하면 모방능력은 보편적인 형식도 추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교육은 자율적인 가상을 추구하는 예술 및 문화에 의해 물질 세계에 대한 욕구와 정신세계에 대한 요구를 적절하게 조절할 줄 아는 능력을 육성하는 데 있다. 이 능력에서 인간성이 함양된다. 이 인간성에서 도덕적 품위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런데 도덕적 품위를 유지하는 것은 미적 상태에서만 가능하므로 외적 형식과 내적 생명이 어떤 일방적인 형식에 제한을 받거나 주어서는 안된다. 자연에 살아있는 생명체가 유기체로서 대립적인 구조가 스스로 그러하게 통합되며 공존하듯 예술작품을 형성하는 때나 인간을 형성하는 때에도 스스로 그러하게 존재할 수 있도록 자신의 소질에 알맞은 형식을 이끌어내기 위한 양육태도가 필요하다. 이것에는 피교육자나 교육자 모두 자율성을 가지면서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조율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조율하는 능력에는 현실의 한계에 대한 심정의 자유, 추상력, 의지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이러한 능력만이 현실과 가상 사이에서 현실적인 모험도 감수하게 한다. 또한 물질에 대한 욕구와 정신에 대한 요구도 적절하게 조율하여 고상하게 즐기는 법을 습득할 수 있다. 그리하여 단순히 욕구를 충족시키는 일에만 매달리지 않으면서 자연이 주는 은혜의 잉여분으로 자유로운 활동을 하며 유희할 수 있는, 감각성과 이성이 조화로우며 아름다운 영혼을 지닌 미적 인간이 된다. 이러한 인간성을 함양하는 것이 미적 교육의 지향점이다. 

 

 

 

 

 

 

 

 

 

 


 

 

김숙희(2011), 실러의 충동이론과 미적 교육론, 홍익대학교 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