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잡담/유학생활

사지도 않은게 구매되어 있다? [오스트리아 마트]

카리스χάρης 2022. 3. 29. 00:30

오스트리아 살거나 여행을 하다보면 슈퍼 갈 일이 많다. 

 

영수증을 꼼꼼히 보면 사지도 않은 것들이 결제되어 있었다. 

 

마트가서 따지기 전에 뭐라고 써 있는지 잘 읽어야 한다. 

 

 병에 담긴 우유를 샀더니 고 밑에 Berlandmilch prandf 이런 말이 찍히고 얼마가 추가 결제 됐다. 

물을 샀더니 leerflasche 이게 또 같이 결제 됐다. 

0.22유로, 0.29유로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7~800원 한다. 

 

 

정체불명의 결제 내역...

정체는 용기의 가격이었다.

환경 보호를 위해 재활용하는 용기에 담긴 물건들을 사면 이렇게 쬐금 비싸다.

오이 한 개 담은 비닐같은 거는 50원 정도 한다. 

조런 말 말고도 다양한 독일어로 뭔가 찍혀 있었던 적이 많았는데, 무슨 봉투라는 뜻이거나 그랬다. 결론적으로는 환경부담금이라는 뜻이다.

(B어쩌구, l어쩌구 말고도 Knotenbeutel 이라던가... 다양한 독어로 사지도 않은 품목이 결제되어 있다.)

 

마트에 다시 가져가면 환불해준다. 

0.0*** 요런 애들은 환불 안해주는 애들이고, 0.*** 요런 애들은 대부분 환불해준다.

 

여기 시스템은 물건 가격에 환경부담금을 포함시킨 것이 아니라, 영수증에 따로 결제하도록 하는 시스템.

 

우리 나라는 

소주 한 병 2000원이라고 하면, 소주 가격에 병 가격 100원이 포함되서 책정된다.

 

여기 마트서는 소주병에는 1900원가격이 적혀 있고, 영수증에 따로 병 가격 항목이 추가되면서 결제된다.

 

그러다보니, 왠지 정말 안내도 되는 돈을 쓴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환불은 우리나라나 오스트리아나 똑같이 해주지만, 

물건의 가격과 별도로 병의 가격을 영수증에 찍어 놓으니 왠지 정말로 환불 받아야 할 것 같다....

그리고 가격도 여기가 우리보다 거의 3배 쎄다. 

 

 

 

recyclic code of Plastic

 

 

 

이제 쓰레기 얘기를 좀 해보자. 

 

우리나라는 배달 문화가 워낙 발달되고 음료를 함께 먹는 시간도 자주 갖는 편이고, 등산도 자주가고, 

그러다 보니 이래저래 직간접적으로 엄청난 쓰레기를 만들며 산다. 

근데 여기와서 보면 일회용품을 쓰는 사람들이 확실히 적다는 것을 느낀다. 

사용하는 비닐의 질도 확실히 떨어진다. 재생 비닐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여기 숙소 공동 쓰레기통에 쌓이는 하루 쓰레기 양이나 내용을 보면 사람들이 얼마나 쓰레기를 덜 만드는지 추정할 수 있다.

일단 쓰레기통 크기도 작은데, 거기에 쌓이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양도 정말 얼마 안된다. 정말 깜작 놀랄 정도로 얼마 안된다. 

쓰레기를 버리러 갈 때마다 쓰레기통이 넘치는 걸 본 적이 없다. 

시스템적으로 보면, 학교 탕비실에도 일회용 컵 자체를 비치하지 않고, 이모님이 관리하는 것을 보면,

확실히 우리 나라 보다 여기 사람들이 환경 민감도가 높은 것 같다. 

환경 민감도라는 것은 불편함을 조금 감수하고 환경 보호에 협조하는 것이다. 

 

쓰레기도 가능하면 덜 만들며 살아야 한다.

어떻게 하면 쓰레기를 덜 만들며 살 수 있을까? 

특별한 노력까지논 못 기울이더라도 내 생활 습관을 조금 불편하게 하는 방향으로 살면 그것이 한 방법이다.

우리가 편리와 발달이라고 간주하며 영위 하던 것들 중에서 환경을 파괴 하는 것들을 조금씩 포기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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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보호 교육을 한다는 행사에 참여해 봤는데, 

아이들과 산이나 길에 버려진 쓰레기들을 줍는 행사였다.

환경미화와 환경보호의 개념이 모호한 행사... 

 

해당 장소는 잘 알려진 곳으로 관리하는 직원들이 있는 곳이고, 

공동체가 살아가는 터전이라고 보기 어려운 곳,

훼손된 환경이라고 보기 어려운, 비교적 깔끔한 곳,

그런 곳에서 하는 행사...

 

아이들이 그곳에서 보호 활동하는 것이 무슨 필요가 있을까 싶은 곳.

놀이처럼 재미있게 쓰레기통 채우기 미션을 수행하는 것이지만,

쓰레기가 많지도 않아서 아이들은 사유지까지 가서 쓰레기를 줍기도 한다.

 

이상한 어른도 있었는데, 손에 먼지 묻을까봐 집게로 쓰레기를 줍는 상황에서 그 집게도 일회용 비닐 장갑을 쓰고 잡고 있다.

그리고 활동이 끝난 후 자랑스럽게 그 비닐 장갑을 쓰레기통에 담는다. 

왓언 아이러니 잍이즈!!!

환경 보호 행사에 참여하지 말던가, 비닐을 쓰지 말던가... 

아이들에게 뭘 가르치려는 거였을까? 

이상한 행사였다. 

 

 

환경을 보호하고 싶다면,

쓰레기를 줍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환경을 파괴하는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생활 습관을 들여야 한다.

그러려면 나의 위생 관리 습관도 다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물티슈로 손을 닦는 것보다 물로 직접 닦는게 좋고, 

빨수 있는 걸레나 작업시 사용한 장갑들도 빨아 쓰는게 좋고,

기분전환을 위해 필요도 없는 물건들을 소비하는 습관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환경 보호를 위해서라면 더 많이 불편해져야 한다. 

 

이미 우리는 많이 늦었다. 지구는 위기에 빠져있다. 지구를 구하려면 더 많이 불편해 져야한다. 

 

영수증에 찍힌 공병의 정체를 밝혀내려다가 여기까지 와버렸군... 

 

아무튼.. 그렇다. 

아름답게 살자. 

웃으며 쉽게 쉽게, 쉬운 행복을 추구하지 말고, 

짜증나고 불편하고 좀 힘들어도 어려운 행복을 추구하자. 

모두를 위해서. 미래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