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멍때리기 하는 날 바람 쇠러 나갔다. 그문덴 가려고 했는데, 잘못 내렸다. 그냥 그런데로 거닐었다. 한적하더라. 작은 공원에 풀잎을 머리 땋듯 꾸며놓은 모습이 아기자기하네... 화분이 된 배... 동네 행사. 와인. 근처 낚시 하는 사람이 한둘 보이고, 사람이 전혀 안 보인다. 덕분에 멍때리며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산책로를 걷다보면 놀이터도 보이고, 엄마랑 나와 도시락 까먹는 아이도 보였다. 좋네, 느릿느릿, 아무것도 나를 방해하지 않는 고요함. 충전 벤치가 보였다. 한국에만 보이는 줄 알았더니 삼년쯤 지나니 이제 유럽에도 이런게 보이기 시작한다. 가을 문턱의 계단 오르자. 계단은 오르는 거니까. 조심해 넘어지지 말고 희망의 노랑 아가씨 당신은 향기가 없네요. 수줍어 하지 말아요. 곱게 정갈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