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잡담/집밖여행

네팔 히말라야 ABC 트레킹의 추억 [파트 4 포카라 & ABC]

카리스χάρης 2023. 6. 6. 20:40

드디어 포카라 입성
 
숙소를 하나 잡고
 
포카라 관광을 하였다. 
 
놀이공원이 있는데, 회전목마를 사람이 직접 돌린다. 
이런 풍경 보는 재미가 있다. 야바위꾼이 진짜로 있고... 
에너지가 부족하고 기술력도 충분하지 않으니 
놀이시설을 사람의 힘으로 돌리는데
이게 또 나름 안전해 보이고 재미있어 보인다. 
업그레이드 놀이터? 
^^
 
트레킹 끝내고 돌아와서는 카지노에도 가 보았다. 지니가 너무 가보고 싶어했다.

카지노 장점은 일단 일행 중 한명이라도 대략 4만원 내고 칩을 사면 일단 일행 모두 입장 가능... 
게임을 안하는 사람은 옆에서 커피, 맥주, 간식등 다 무료로 즐길 수 있다. 
우리는 역시 카지가 처음이라서 
촌티를 냈지만 
게임하는 사람들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인도 중국 사람들 장난 아니고, 어린이 포함 가족 단위로 와서 즐기는 사람들 봐도 재미있었다.

비교하자면
한국에서 대가족이 모였을 때, 어른들 화투 치면서 왁자지껄 한 모습이랑 비슷했다.
내가 부인이면 집에서 시끄럽게 구는거 귀찮으니, 카지노 나가 놀다와 할거 같았다.
 
결정적으로 카지노에서 나오면 무료로 숙소까지 태워준다하여 지니의 설득에 넘어 갔는데 와보길 잘했다. 생각보다 더 재미있네.
사실 요것 때문에 우리가 카지노에 갔었지... 
야 너 이시간에 가서 놀다가 어떻게 돌아올려고 그래?
다 태워줘요. 무료셔틀 서비스예요. 시간 상관업구요.
아 그래?
그럼 심심한데 한번 가볼까?

특히 장점은 여기는 전기가 안나간다는거....웃프다.

 
지니는 계속 카지노 체험하고 산이 오빠랑 나랑은 술만 마셔댔다. 안주도 물론 엄청나게 먹어댔지.
 


 
포카라에서 휴식 후 
히말라야 트레킹 시작... 
눈이 많이 없어졌다고 한다.
실제로 등반중에는 춥지 않았고
고도가 높아질수록 호흡이 확실히 안되었다.
산소가 1/4로 줄게 되니까
산소 부족증세가 확실히 나타난다.
 
 
9일간의 산행을 했다. 
 
산행 첫날부터 난 설사로 고생을 시작했고
이래저래 몸이 안좋아서 약으로 버티다보니
그 다음에는 위염. 
위염이 끝나니 고산병... 
산행 내내 몸이 성치 않았으나 무사히 산행을 마쳤다. 
 
 
롯지에 도착하면 자기전에 더운물을 산다. 더운물을 사면 물병에 고이 담아 침낭 속에 넣는다. 
이 더운 물병이 자는 동안 체온 유지를 도와준다. 
 이 물병도 한국에서 정성들여 구해갔다.
온도 전달 능력이 있으면 핫팩기능도 수행해야하니까...

롯지에 도착하면 추워진다. 움직임을 멈췄기 때문이다. 이때 두꺼운 파카를 꺼내 입는다. 체온이 갑자기 떨어지지 않도록 관리해야한다.
낮에 움직이는 동안은 얇은 옷을 겹쳐 입는다. 
이때 옷은 등산 전문 아웃도어 매장에서 산다. 가볍고 흡습성 통기성 보온성이 높은 것을 사야 한다. 
움직이는 동안 체온도 유지하면서 땀도 빨리 배출하는 옷이 필요하다. 
바람막이 자켓도 필요하다. 
 
신발은 밑창이 좋은 것으로 사야 한다. 미끄러지면 생명이 위험하니까. 그리고 방수도 되는걸로 사야한다.
 몇년지나면 멀쩡해보여도 기능이 떨어지므로 중고물품을 쓰면 안된다.

근데 사실 이런 염려는 한국인들이 하는 거고
현지인들은 장비가 충분하지 않아도 잘만 살더라고.
현지 사람들은 슬리퍼 신고도 산행을 하더라.

 
롯지에 도착하면 기본적으로 마당에 혹은 주방에 사람들이 불을 떼면서 모여 있다. 
여기서 온기를 회복하고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 
여행에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음식을 나누어 먹는 시간이 참 좋다. 
 

사건 사고도 있었다.
1.
우리는 좁은 산길을 지나다가 갑자기 산사태를 만났다. 
위에서 돌무더기들이 무너지는데 다행히 우리 일행 누구도 다친 사람이 없다. 
모두 재빠르게 피했다. 
모두 순발력이 대단했어. 
나는 순발력이 없었고 그냥 그대로 몸이 얼어버렸는데, 다행히 돌들이 나를 피해 떨어졌다. 
아찔하네... 
 
2. 몸이 계속 안좋았던거도 자기 관리를 못해서 난 사고로 봐야 한다.
일단 씻으면 안되, 씻으면 체온 유지가 잘 안된다. 너무 깔끔 떠면 오히려 아파.  

한국에 있을 때 의사가
산소 대사능력이 부족하고 헤모글로빈 수치도 부족하고 등등의 이유로
난 고산 가면 안된다고 말렸었었다.
한편 산악인 선배들은 가봐야알어. 가서 힘들면 욕심 부리지말고 내려오면 되.
이리하여 산행을 결정한 거였는데,
아프기는 했지만 생각보다는 몸이 많이 멀쩡했다. 역시 트레이닝 받으며 체력관리를 열심히 한 덕분인듯...^^
 
3. 고산병이 왔다. 심각하지는 않았지만 나름 심하게 왔다. 
헬기 타고 내려갈 정도는 아니었고, 심한 두통, 안구  팽창으로 인한 안경 부조화 현상 등... 
얼굴이 탱탱 부어서 어제 만난 여행객들을 다시 만났는데 날 못 알아봤다.

엥? 누나 맞아요?
어 나 맞아. 지금 앞도 안보여. 눈알도 부었어. 안구 곡률 변경때문에 안경도 소용없어. 너무 추워.

와 그리고 진짜 너무 추웠다. 
나만 추위를 너무 타니까 그 친구들이 자기꺼 좋은 침낭이랑 내꺼 바꿔줬다. 

같이 있는 동안이라도 쓰세요.
 

이때 비아그라를 썼다.
몸의 순환을 돕기 위해.


4. 산행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닭 잡아서 파티를 했다. 
산중에 있는 시장에 가서 산 닭을 잡아 온다. 
우리가 숙소에 물값을 지불하고 닭을 직접 잡는다. 
거기 있던 여행객들이 구경하고 난리가 났다. 
그리고 롯지에 있던 모든 여행객들과 닭죽을 나눠 먹었다. 
 
5. 주의 사항 : 물티슈, 화장지, 비닐 쓰레기등 쓰레기를 산에 남기지 않도록 주의 하자. 자연이 나에게 힐링을 주는 것처럼, 우리도 자연에 피해를 주는 일은 남기지 말자. 
 
 
흥미로운 이야기도 있다. 
산이오빠 이야기다.
산이 오빠는 엄청난 각오로 히말라야를 왔다고 한다.

산::
내 나이 20세에 부모님으로부터 말린탯줄이 담긴 병을 건네 받았더랬지.
부모님이 말씀 하시길 
'이제 너는 성인이니 이 병을 너에게 넘긴다. 너 스스로에게 책임감을 갖고 성인으로써 잘 살도록 하여라. 이제 너는 부모와 완전한 독립을 이룬 인격체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오빠는 그 탯줄 병을 간직해 왔고, 
40세 맞이 이벤트를 탯줄 병으로 진행하기로 했단다.

평소에 산을 너무 사랑했던지라. 
인생 2막을 시작하기 위해
40이 되는 해에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그 탯줄 병을 산에 묻고 오리라. 이제 새롭게 다시 태어나리라... 
내 인생 2막을 시작하리라. 
 마음 먹었단다.

그렇게 오빠는
이번에 3개월 여행을 하고 있단다. 인도 거쳐 네팔로...여기저기 산도 포함해서 말이다.

마지막 코스가 메인이고,
드디어 히말라야 ABC에 그 탯줄을 묻고 한국에 돌아가는게 계획이란다. 
참 의미있는 계획이다. 

나도 이런 멋진 이벤트 준비해 올 것을... 
 

그래도 나도 하나 있기는 했다. 
ABC 에서 나는
내가 가져간 태극기와 문구류들을 활용해서 여행객들과 그림도 그리고 메세지도 남기는 활동을 하였다. 
ABC에서 꼬박 하루를 보내며 새해맞이 의식을 치뤘다. 나 나름대로...
그리고 그 롯지에 우리의 추억을 남겨두고 왔지.


그렇게 다른 여행객들과 나름의 추억을 남기고 내려왔다. 나름 내가 챙겨간 달력 및 문구류들이 사람들과 추억 나누기에 의미있게 활용되어서 뿌듯했다. 고산병으로 낑낑대기는 했지만 좋은 시간이었다. 
 


하산 중 푼힐에서 쉬고 있는데
이제 좀 아픈 것도 가시고 여유가 생기더라고..
그래서 다른 사람 안부도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산이 오빠에게 물었다.
"그런데 오빠 그 탯줄 묻는 이벤트는 잘 했어?" 
 


아차차


왜왜?


까먹었다. 못했어...


왓????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까먹었단다. 
그 오빠도 당황, 나도 당황... 
 
그래서 내려온 산을 다시 오를 수도 없고, 푼힐에 적당한 곳을 찾아 탯줄 묻기 의식을 치뤘단다. 
 
 
사람들 마다 다양한 이유와 의미를 가지고 여행을 한다. 
 
모두 여행을 통해서 치유와 자아 발견, 공존의 지혜를 깨닫는 경험을 하길 바란다. 
 
지금까지 간단한 여행 추억 보고서였다.

...끝...
 


 
 
 

 
 
 

실내 온도가 영하 2도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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