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잡담/집밖여행

7,80년대 집... 아직도 남아 있네

카리스χάρης 2022. 3. 4. 20:59

 

 

예전에는 오래된 집들을 보면, 왜 아직도 재건축을 안하는걸까? 의아했다.

허름한 집들은 
조금 지나면 재건축이 되곤한다.
그런 집들이 한두채씩 사라지고...

동네는 깔끔하고 예쁘게 변하는데... 

그래서

옛날 모습이 어땠더라?

기억하려해보면 또 잘 기억나지도 않고,

어떤 부분은 그리워지기도 하는것 같고

어떤 부분은 또 아름다웠던 것 같기도 하여

아쉽더라. 

 

오늘 그래서

지나다 우연히 발견한 

곧 재건축이 될 것 같은 건물을 찍어 보았다.

 

겨울에 연탄을 때던 집의 흔적은 

연탄 배달부가 연탄을 내려 놓기 좋게 대문 근처에 있었다. 

대문 밖에 있거나, 대문 안에 있거나,

슬레트 지붕 대충 얹어 비맞이만 되게 만들어 놓은 건물인데,

남편이 아빠가 호통을 칠 때면 여기에 쥐죽은 듯이 숨어 있던 

보금자리가 되기도 했던 공간이다. 

눈이 오면 다 쓴 연탄재들을 길에 던져 미끄럼 방지를 했었다. 

하얀 눈이 오고 난 후 

연탄재에 뒤죽박죽된 눈이 미간을 흐리지만

어찌보면 

지금처럼 염화 칼슘을 뿌려대는 것 보단 나았다. 

어쩌랴. 지금은 연탄 때는 집이 없는 걸.

 

 


어렸을 때 기억속에 있는 집에는

안방과 붙어 있는 부엌에 아궁이가 있고, 

부엌이 딸리지 않은 작은방은 문앞에 아궁이가 있었다. 

마당에서는 펌프질을 해서 올린 물로 빨래를 하고, 

방과 방 사이에 마루가 있고, 이 마루들은 벤치 넓이의 작은 마루들로 연결되어 모든 방으로 오갈 수 있었다. 

마당에 평상을 펴고 앉아 모이기도 했고, 안방 마루에 모이기도 했고, 

마당은 지금의 거실이자 작업 공간이자 정원이었던 것 같다. 

우리집 개의 공간이기도 했다. 

 

오늘 사진에 담은 집에는
문 밖에 아궁이가 있네.

거기에는 아마 솥을 올려 물을 데웠겠지?

 

 

 

우리집 대문 안쪽에도 창고랑 변소가 있었다. 

창고 위쪽으로 옥상 올라가는 계단이 있어서 

거기 걸터 앉아 바깥 풍경 바라보며 

노을 동요도 불렀었지. 

그때는 노을 지는걸 보는게 일상이었는데

지금은 마음먹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도시 숲에 갖혀 있나보다. 

 

겨울이면 방바닥은 뜨겁고

장판이며 살이며 대기 일쑤고 외풍은 차갑고..

참...

그 불편하던 흔적이 이제 모두 사라질 것을 생각하니 그립네... 

 

시나 한수 읊어볼까? 

 

나 어릴적 작은 동네에는
모두 아둥바둥 살던 시절
잘날것도 없는 소시민이었을
부모님들과 동네 어른들
동네 친구들과 동생들이 살았다.

왁자지껄 떠들어대는 꼬마들은
시끄럽다며 어른 역정을 들어가면서도
줄기차게 떠들고 뛰어다니고
복실이도 누렁이도 왈왈대며 짖어대고

집밖 하나쯤 있는 평상에는
음식 다듬는 엄마
북어패던 아줌마
숙제하던 꼬맹이들이 있었다.

늦은 밤 여름에는
더위 식히러 나온 사람들
별 보러 나온 사람들
술 한잔 기울이며 고민 나누던 사람들이 있었다.

동네 어무니 중 누가 부업하나 끌어오면
온 동네 사람들이
수박망 만들고 마늘까기 하는데
꼬맹이들은 그게 또 놀이인줄 알고
옆에서 거들며
내가 더 많이했네 니가 더 많이 했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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