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잡담 386

하겐베르그에서 본 돌담

친구 집 방문 겸 하겐베르그 산책을 했다. 대학 옆길 지나다 오래된 건물 하나를 발견했는데, 돌담이 안개 낀 가을의 운치를 더해주고 있었다. 아치부분 곡선이 조금 부자연스럽고 미적 절제나 조화로움을 위해 정성을 들이지 않은 것으로 보아 소박한 목적으로 사용된 건물이지 않았을까 싶다. 완벽한 미는 느껴지지 않지만, 과거의 흔적을 지키고 있는 이곳 사람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아치 윗 부분은 엄청 대충 쌓은 것 같아 보이는데, 저 무게를 버티고 있는게 신기했다. 그래도 나름의 불규칙성으로 돌을 쌓으면서 빈틈을 채워간 돌들이 담을 이루고 있었는데, 그 지저분해 보이던 돌담이 이끼와 가을 낙엽과 어우러지면서 소박한 멋을 만들어 내더라... 역시 자연은 위대해... 날이 너무 우중충해서 이 지저분한 느낌을 더한..

'꿈의 대화'감상

1980년 11월 8일4회 대학가요제의대상 수상곡으로  연세대 의대 2학년 재학생이었던한명훈, 이범용 남성 듀오가 부른 곡이다.  엄청난 소용돌이를 겪던 암울한 상황에 젊은이들이 서로 의지하며 희망을 품고 살아가도록 서정적이면서도 밝은 리듬을 선사한다.   노래명 : 꿈의 대화작사, 작곡: 이범용노래 : 이범용, 한명훈Released: 1988Album: MBC College Song Festival GoldenBest(Lost Umbrella/Sun) 땅거미 내려앉아 어두운 거리에가만히 너에게 나의 꿈 들려주네에 에 에 에 에 에 에 에너의 마음 나를 주고나의 그것 너 받으리우리의 세상을둘이서 만들자.아침엔 꽃이 피고밤엔 눈이 온다.들판에 산위에 따뜻한 온누리네가 제일 좋아하는 석양이 질때면내가 제일 ..

'먼지가 되어' 감상 (가수별)

- 노래의 시적 의미 -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살아가는 한 청춘이 있었다. 어느날 바하의 선율 (아마도 G선상의 아리아가 아닐까 싶다.)을 듣다가 무언가 가슴을 먹먹하게 함을 느낀다. 문득 잊고 묻어두었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었다. 이 그리움은 마치 가슴에 퍽퍽하게 무언가 쌓이는 듯한 느낌으로 묘사되었다. 가슴에 무언가가 계속 쌓이든데, 내 작은 가슴이 이미 다 채워졌는데도, 멈추지 않고 계속 쌓인다. 그 답답하고 먹먹한 느낌이 마치 건조한 먼지가 가슴에 묵직히 들어선듯 가득채워져 숨쉬기도 힘들다. 이 답답함을 이겨내보고자 노래를 불러본다. 그러나 가사를 다 이어가지도 못하고 휘파람으로 돌아온다. 이 휘파람은 터지기 일보직전의 울음과 같은 소리이다. 그리고 오히려 더 진해지는 추억 이미 괜찮아졌다고 생..

윤석열과 카말라 꿈꿨다.

개꿈이겠지만 꿈해몽이 궁금하네... 어제 뜬금없이 윤석열과 카말라 꿈을 꿨다. 꿈속에서 어딘가로 버스를 타고 가다가 대화에 끼게 되었다. 미국 대선 이야기를 하는데 윤석열도 승객이었다. 내 앞자리이면서 운전석 뒷자리... 도널드는 크래이지맨 카말라는 나쁜 나르시스트 사람들이 어쩌구 저쩌구 토론을 한다... 그러다 갑자기 카말라도 등장. 버스승객이네? 내 오른쪽에 앉아있다... 그래서 내가 "잠깐만 그러고 보니 너네 둘다 검사출신이다." 이랬다. 카말라도 법대로 다스리는 걸 좋아하는 성향이고 연설 중에도 남 깍아 내리는 전략, 자신을 우상화하는 전략으로 연설한다. 아무래도 브라만 계급 출신 인도 엄마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특권의식이 있는데, 그럼에도 그 특권의식의 결이 도널드랑 좀 다른듯 하다. 무엇보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 작곡가 윤이상

오늘 11월 3일은 윤이상 작곡가가 1995년에 베를린에서 별세한 날이다. 그는 1917년 9월 17일에 통영에서 태어났으며, 세계 현대 음악사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클러스터 기법 등 당대 최첨단 작곡 기법을 응용하여, 독창적 작곡기법인 주요음(Hauptton) 기법과 주요음향(Hauptklang) 기법을 개척했다. 그는 한국 출생 독일인이지만, 평생 한국인으로써의 정체성을 사랑하며 살았고, 그의 유언에 따라 사후 처음에는 통영의 흙을 퍼 담아 베를린에 묘지를 두었는데, 2018년 통영으로 추모지를 옮기게 되었다. 그의 작품은 동서양의 음악적 색이 조화를 이루도록 새로운 음악적 혁신을 시도하였다는데 많은 의의가 있다. 그의 작품 '신라', 종묘제례악을 오케스트라에 녹인 '예악'등은 그 낮선 문화들..

밑빠진 독 같아. Do aid really need to be done?

원조는 정말 해야 하는가? 20여년 간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원조 대상이 여전히 같은 상태라면 멈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함께 가라앉는다. 정말 원조를 필요로 하는 대상을 찾아서 인류를 위한 지원을 해야 한다. 인류애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내가 정말 원조를 해야만 하는 사람이라고 꾸준히 생각하는 것도 오만이며, 정작 내가 돌봐야 할 사람을 외면하고 있지는 않는지 내 관점이 특정 대상에 기울어져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자문해 봐야 한다. 원조를 하고 싶다면, 시작하기 전에 한계점을 정하고 시작해야 한다. 무조건 퍼주는 것은 호구이다. 내가 악어의 눈물에 휘둘리는 건지 정말 도와야 할 사람을 돕는 건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If, despite 20 years of ..

인스부르크 시월

겨울이 오기 전 인스부르크 풍경을 보기 위해 잠깐 나들이 했다.  화려한 가을도 아닌 것이, 반짝이는 겨울도 아닌 것이아직은 조금 심심하고 허전하다.  그래도 인강 너머에 보이는 산색 조용한 기대를 가져다 준다 . 우리나라 산맥과 비교하면 수려하거나 다이나믹한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강과 함께 어우러진 소박한 산을 감상하는 나름의 낭만이 있다.     구름 한 점  해 저무는 무렵의 인강 풍경